비 망 록

법성포 12경

강춘권 2022. 6. 29. 15:48

여인네의 젓가슴 마냥 수줍은듯 솟아 오른 두 봉우리, 인의산의 하얀 벚꽃이며 오색을 자랑하는 후산단풍(後山丹楓)과 옥녀봉을 휘감아 도는 아침구름 옥녀조운(玉女朝雲),  그리고 맑게 개인 날 구수산 마루에 아른거리는 아지랑이 구수청람(九岫晴嵐)은 가히 절경이요,

응암어적(應岩漁笛)이라 매바우에 앉아 고기를 낚던 노옹의 피리소리와 은선암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 선암모종(仙蓭暮鐘)과 마촌초가(馬村樵歌)가 화음을 이루고,

선진포 나룻터로 돌아가는 선진귀범(仙津歸帆)의 황포돛대 위로 소드랑섬에 무리지어 내려 앉은 기러기떼의 정도낙안(鼎島落雁)이 한시랑 초가지붕 위로 피어 오르는 저녁연기 시랑모연(侍郞暮煙)과 한데 어우러지고,

가을녁 동짓재 팽나무 사이로 두둥실 떠오른 동령추월(東嶺秋月)이 앞바다에 두둥실 떠노니 이곳이 바로 서호(西湖)가 아니던가.  대통재 등너머로 황해를 치자빛으로 붉게 물들리며 수평선에 입맞춤을 하고 마는 통치낙조(通峙落照)의 추억과 낭만이 물씬하던 풍류의 고장 법성포,

파시가 되면 칠산바다에 떠있는 고깃배의 불로 휘영청 불야성을 이루던 칠산어화(七山漁火)의 불꽃은 영영 사그라들고 말련가.....

아 ! 개항 천년의 법성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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