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망 록

아버지의 독백

강춘권 2013. 7. 2. 19:25

 

 

너희들이 돌아올 때쯤 앞뒤 베란다를 서성이며 애타게 기다리는 엄마의 뒷모습을 모면서 " 참 지극 정성이다. " 라는 생각을 하며 저러는 엄마의 마음을 알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 본다.

돌아가신 너희들 할머니에게 특별하게 잘해드린 건 없었지만 크게 속썩이지 않고 잘못한 것 없다는 생각에 평소 효자였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었는데 너희들이 성인이 되고 어른이 되어 가면서 아빠는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 정말 죄송 했습니다 " 라는 용서와 함께 자괴감에 빠지곤 했었다.
이런때 어머니는 얼마나 외롭고, 적적했으며 서운하셨을까 하는 생각들로 우리가 지나친 욕심을 갖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했고,

물론 너희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엄마 아빠가 나이들면서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이제 늙어 가는구나 하며 나약해지고 외로워 지고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밤늦도록 아빠와 너희들만을 기다리며 식사도 제때 챙기지 못한체 이제나 저제나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을 엄마가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한마디를 정색을 하며 받아들이는 너희들의 태도 못 마땅할 때가 많았다.

국가고시 준비하는 딸, 4쿼터 준비하는 아들, 너희들이 받을 스트레스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건 부모를 위한 싸움이 아니라 너희들 자신을  위한 싸움이라는 걸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공부를 마음 편히 할 수 있다는 너희들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엄마 아빠가 애써 표현은 하지 않아도 너희 두사람 얼마나 자랑스럽고 고마운지 모른다. 엄마 아빠의 고생 그것으로 족하고 - - - - -"

" 20여년간 소중하게 길러 온 딸이, 엄마 아빠만 알던 아들이 ! " 하고 실망했다는 듯 장난삼아 하는 말은 너희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사귈 수 있는 연인과 친구가 있다는데 대한 엄마 아빠의 행복함, 대견스러운 그리고 부모로써의 질투심 정도였다면 이해가 될련지 모르겠구나.
아빠도 오직 너 뿐이라는 생각으로 너희들의 엄마와 연애했던 것 같다만 그러는 너희들을 보면서 엄마 아빠의 마음이 휑하니 뚫려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을 이해해 줄 수 있을지 - - - - - -

                                             - - -  오래전 어느덧 어른이 되어 버린 새끼들 보면서 느낀, 결국은 전하지 못한 나의 편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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